<1장: 결국 본질은 물음표다 >
바로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성적을 결정짓는 가장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요소는 물음표(?)입니다.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와 B, 두 학생이 있습니다. A도 6시간 공부하고 B도
6시간을 공부합니다. 둘은 같은 수학 문제집을 같은 학교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려 합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같은
타이밍에 같은 문제에서 막혔네요. 이때 학생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A.
29번 문제는 못 풀겠네…..어떻게 풀어야 하지??
a (5분 고민
후): 해설지를 보자
a (해설지
확인 후): 아! 이렇게 푸는 거구나, 보니까 이해가 되니…다음엔 이렇게 풀어야 겠다.
B.
29번 문제가 안풀리네…어떻게 풀어야 하지??
a (5분 고민
후): 내가 이걸 왜 못 푸는 거지? 공식을 잘못 적용한 건가? 아니면 이 문제 풀이에 필요한 조건 중 못 파악한게 있나? 아니면
계산 실수를 한 건가? 또 다른 제 3의 원인이 되는 건가?(이런 저런 시도 후 결국 못 품)
a (해설지 확인
후): 아! 이렇게 푸는 거구나, 나는 이러이러해서 이 문제를 못 푼 거구나, 보니까 이해가 되네, 혹시 다른 못푼 문제들도 이와 같은 원인으로 인해서 못 푼 걸까? 정리해두고
이 문제를 포함해서 다른 문제들을 풀 때도 이런 점에 유의해야겠구나.
겉으로만 보면, 두 학생이 똑같은 문제를 못 풀다가 해설지를
확인하고 학습을 완료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A와 B 사이에는 압도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A는 잘해야 다음에
동일한 29번 문제를 맞추는데에서 학습 효과가 끝납니다. 그러나
B는 29번 문제뿐만 아니라 29번에서 풀이를 해내지 못한 이유로 못 푼, 잠재적으로 수십~수백문제를 풀 수 있게 됩니다. 하루에 한 문제씩만 이렇게 차이가
나도 300일이 쌓이면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 하겠죠.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문제를 공부했지만 이런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B 의 사고
원리는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그 문제에만 필요한 풀이법이라 생각하지 않고 여러 문제들을 푸는 공통적 원리가 있다고 전제할 것 (그렇지 않으면 시험 대비를 위해 기출문제가 존재할 이유가 없죠.)
- 한 문제를 공부할 때, 최소 수십 문제에서 최대 수백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풀이와 개념이 존재한다고 전제할 것
- 해설지 확인 전에, 물음표(?)를 최대한 많이 던질 것 = 가설의 수립과 검증, 기각과 재수립을 해설지 확인 전에 계속 시도할 것 / A와 B의 풀이를 다시 봅시다. A보다 B의 질문이 훨씬 많죠. B는 한 문제를 풀 때도 더 많은 가설의 검증과 기각을 많이 반복한 겁니다. 실험으로 친다면 B는 A의 최소 4배 이상의 실험을 한 것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수능이라는 최종 실험을 성공시킬까요? 답을 이미 아실 겁니다.
수학 뿐만 아니라 국어나 영어, 과학, 사회까지 저런 원리는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과목에서 암기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대동소이하지만, 저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과목은 수능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사조차도 마찬가지지만, 절대평가이고 워낙 쉬우니 이렇게 공부할 ‘필요’가 없을 뿐이죠)
학력고사 세대에는 공부를 할 때 B의 사고 방식이 지금보다 덜 필요했습니다. 그냥 외우고, 안 풀리면 답지보고 외우고, 시험장 들어가면 점수가 올랐죠.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의 시험은 난이도가 올라갔습니다. 이는 비단 수능뿐만이 아닙니다. 행정고시조차도 과목수가 5과목에서 4과목으로 줄어들 예정이고 최근 기출은 점점 암기만으로는
완벽하게 못 푸는 어려운 문제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암기기반의 사법고시는 폐지되면서 사고 기반의 LEET로 대체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접근성이 높은 대부분의
공인인증 시험, 국가나 협회가 시행을 주도하는 시험은 점점 사고력을 많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게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을 묻는다면 ‘개별 사안에 대해 물음표를 최대한 많이 제기하고 이를 종이 위에 써서 검증해 보는 것’ 이라고 할 것입니다. 절대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면 안됩니다. 머리속 생각은 5분만 지나도 사라지는 신기루죠. (PS. 암기의 뜻은 제가 볼 땐 ‘암담한 기억력’ 입니다.)
반드시 써서 눈으로 보고 검증해야 합니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모두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그 문제가 한가지 풀이로만
풀리는 문제가 아닐 때도 많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공부 방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유효합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정리>
1. 수능은 점점 암기의 양이
줄어들고 사고력을 많이 요구하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2.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물음표(?)를 많이 찍는 것이다. 물음표라는 쉬운 표현을
썼지만, 동일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하여 더 적합하고 범용성 있는 문제풀이를 찾아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3. 매일 1문제씩만 다른 학생보다 물음표를 많이 찍어도, 300일이면 극단적인
차이가 생긴다.
1장에서는 물음표를 찍어야 하는 필요성과 효율성에 대해 짧게 다뤄보았습니다. 그럼 물음표를 ‘ 잘 찍으려먼 또 어떤 내용들이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2장에서 다뤄보려 합니다.